박창희 칼럼니스트의 건강다이어트 관련 단편소설 “살돈시대”(2)
박창희 칼럼니스트의 건강다이어트 관련 단편소설 “살돈시대”(2)
  • 예체능저널
  • 승인 2018.11.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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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니스트
박창희 칼럼니스트

사육당하기

 

다이어트 회사의 대표는 선발된 우리에게 최대한 뚱뚱해질 것을 요구하였다. 45일 동안 30내지 40kg 이상 체중을 늘리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우리의 체중이 80~90kg이 된 시점에서 제품 런칭쇼를 할 것이고 그때 비로소 우리들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예쁘고 날씬한 모습으로 살아온 우리들이 흉하게 살 찐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첫 선을 보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괴롭고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두 달 후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 가는거다. 1억이 든 통장을 품에 안은 채 말이다.

 

돈이 필요한 이쁘니들이 출하를 앞둔 돼지처럼 비육당할 시간이 드디어 되었다.

강원도 철원의 산골짜기에 위치한 합숙소에 입소한 우리들은 박강사라는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살찌우기 작전(?)에 돌입한다. 김실장이라는 자가 총괄을 맡고 모든 음식은 박강사의 주문에 의해 외부로부터 들어온다. 잘 관리된 체형의 소유자인 박강사는 50대 초반의 늙수구레한 자인데 냉소적이며 언행이 거칠다. 회사에서는 왜 살쪄야 할 우리에게 주방장이 아니라 인체 생리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강사를 붙여 놓았을까?

뚱뚱해지기 위해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김실장은 남의 몸에 붙어있는 지방을 긁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자들은 인간을 돼지로 만드는 것에도 능통한 법이니 걱정(?)말라고 했다.

 

박강사는 우리에게 달고 기름진 음식, 즉 열량이 풍부한 음식을 마음껏 제공해 줄테니 너희들은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요구를 침을 튀겨가며 반복했다.

너희들을 뚱녀로 만들기 위해 늦은 밤에 집중적으로 음식을 먹일테니 각오하라는 부분에서는 몇 몇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니 년들에게 족발이나 치킨등을 먹이고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도 줄 것이다라고 박강사가 비장한 각오로 일장훈시를 할 때는 우리 모두 식탁을 두드리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평소에 우리가 간절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박강사가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이

너무 우스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돈이 쪼달리는 년들이니까 못먹어 죽거나 먹다 죽거나 둘 중의 하나였을 꺼예요. 차라리 먹다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우리 중 누군가의 말에 박강사는 비웃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굶어 죽으면 나중엔 잠자듯 편히 죽지만 배 불러 디지면 남긴 음식 아까워서

눈 뜨고 죽는다 이년들아!”

 

굶어 죽던, 먹다가 배가 터져 죽던 우리는 45일간 먹어야 할 운명이다.

그동안 몸매 관리에 굶주린 우리들은 박강사가 시킨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돈에 미친 년들이 산골짜기에 모여 별 짓을 다 하는구나

과도한 씀씀이 덕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수퍼모델의 한 마디에 우리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가장 나이가 많은 미스 해운대 출신의 돌싱은 닭다리를 급하게 뜯다가 목에 사래가 걸려 켁켁 거리고 있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며 그렇게 산골짜기의 하루가 지나갔다.

 

해가 중천에 뜨면 우리는 배가 고파서 일어난다. 박강사는 작은 책상에 앉아 연신 전화를 걸어댔다. 산골이지만 우리는 배달의 민족 아닌가? 전화 한통에 피자며 냉면이며 족발이 득달같이 달려 오는데 짜장면에 군만두가 빠져있으면 성질 급한 박강사는 철가방 오토바이를 짧은 다리로 걷어차기도 했다. 그는 꽃돼지 비육 업무에 흥미를 느끼는 듯 열심히 음식을 주문했다. 치킨을 시키고 받은 동그란 쿠폰들을 우리에게 자랑하며 서울에서도 쓸 수 있냐고 묻곤 했다.

 

45일간의 생활은 그 패턴이 지극히 단순하고 반복적이었다. 정오까지 수면을 취하고 점심에 폭식을 한 후 나른하게 한 잠 즐긴 후 간식을 먹고 저녁식사를 한다. 비디오를 감상한 후 족발, 치킨등의 야식을 먹고 잠들기 직전 마무리 입가심을 하면 우리의 하루는 끝이 난다.

박강사는 살이 무섭게 붙어가는 우리의 몸을 훓어보며 야식이 가장 과학적인 비만의 기전임이 입증되었네?”라며 조롱하곤 했다. 심야 시간대의 기름진 음식이 소화기관의 휴식을 방해하고 그것은 곧 기초대사량의 저하로 이어진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강사는 끊임없이 우리를 먹이고 비웃으며 욕을 해댔다. 치킨에 맥주를 들이키는 우리에게

쯧쯧쯔...게걸스럽게도 처먹고들 있네. 돈 몇 푼 벌려다가 디진다 이년들아! 고만들 처먹지?”

뭐 이 딴 식이다. 오기가 발동한 우리는 먹는 속도를 더욱 높인다. 특히 박강사 그놈은 우리 꽃 돼지들의 하루를 마감하는 마지막 식사로 흰쌀 죽을 주문하곤 했는데 죽을 들이키는 우리를 보고 그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저작(씹는행위)이 필요없으니 너희들 몸이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먹을 수 있을거다. 양껏 들이마시고 북북 찌거라 우하하하..!”

 

언젠가는 박강사 놈이 총괄 김실장과 나누는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엿듣게 되었는데...

 

박강사:야식이 살찔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가 있지요. 해가 저물어 우리의 몸이 휴식모드인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게되면 지방을 축적하는 인슐린 호르몬만 생성이 되고 지방저장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은 더 이상 나오질 않거든요. 자정무렵에는 떡 하나만 집어 먹어도 살찌는 소리가 들릴 정돈데 죽을 선택한 이유는 씹지 않고 들이킬 수 있으니 떡이나 빵보다 훨씬 많이 먹을 수 있거든요. 정제된 탄수화물이라 소화 흡수가 빠른데다 급하게 먹어대니 인슐린이 샘솟듯 넘쳐 날 겁니다. 췌장은 엄청나게 괴롭겠지만 살찌는데 이만큼 효과 빠른 방법은 없습니다. 일본의 스모하는 친구들이 즐겨하는 방식이지요.

 

김실장:살을 찌웠다가 다시 빼서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니 저 여자들 몸엔 별 이상이 없겠죠?

 

박강사:저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대사증후군에 걸리게 됩니다. 복부비만을 가진 상태에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죠.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먹으니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쓸 수밖에 없지요. 그 습관이 인슐린 민감성을 떨어뜨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거죠. 결국 살을 찌게 만드는 것은 체내의 영양, 즉 포도당을 본연의 사용처인 근육으로 보내는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지방세표안으로 잡아넣는냐에 달린 겁니다.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악마같은 박강사 저 놈의 논리는 결국 살을 찌우기 위해 인체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 본연의 기능을 망가뜨려야 한다는 거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자가 그 능력을 악하게 활용할 때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나 우리들도 그를 원망할 수는 없다. 뚱녀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이고 그로부터 불과 2주 후에 다시 초특급 미녀로 거듭나기 위해 이 짓을 자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로지 1억이란 돈에 눈이 먼 것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으며 중간에 그만두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욕만 아니면 우리는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는거다.

 

우리 몸의 살들은 박강사의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의 H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는 그 자의 말에 의하면 인간의 몸에는 모두 500억개의 지방세포가 있는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세포 하나의 크기가 쌀알만큼 커질 수 있다한다. 그는 우리를 부를 때 성 뒤에 돼지를 붙이곤 했는데 김 돼지, 양 돼지 뭐 이런식이다. 그는 은주에게 내가 김돼지의 지방세포 만큼은 도토리알 만하게 키워주겠다라며 큰 소리로 웃어대곤 했다. 은주는 고맙다고 해야 하나 헷갈리기도 했다.

 

성 뒤에 이름대신 돼지가 붙은 우리들은 해가 중천에 떠서 기상하면 생수가 아니라 달달한 모닝커피 서, 너잔으로 하루를 연다. 오늘도 어김없이 박강사놈의 돼지들아! 돼지목살들 마시거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박강사는 자판기 커피를 돼지목살이라 칭하곤 했다. 니들이 믹스커피 뜯어서 커피 알갱이 한 번 세어봐라 내말이 틀리나!” 지방에 설탕 덩어리 뿐이니 돼지목살보다 더 나쁘다는게 그의 논리다. 밤늦게 먹고 잤으니 퉁퉁 부은 눈으로 커피잔을 들고 저울에 올라가면 여기저기서 환희의 비명이 넘쳐난다. 곧 이별할 살인데 엄청나게 불어난들 뭐 어떠랴.

목표 달성이 곧 목돈이요, 살이 곧 돈이 되는 살돈 시대를 살아보았는가?

모두가 걱정하는 살덩어리를 우리는 즐기듯 살아간다. 살 때문에 살맛이 난다. 하루만에 2키로, 3키로, 때론 저울 눈금이 선풍기처럼 돌아갈 정도로 우리의 체중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브래지어도, 팬티도 S에서 M으로, L, 다시 XL로 신속히 등급이 변해갔다. 우리는 역도의 무제한급 선수처럼 부풀어 갔는데 마치 미쉐린 타이어의 광고 모델을 방불케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문디 가시나는 입고 온 바지의 지퍼가 터지고 브래지어 끈이 끊어졌다며 웃어 제낀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박강사가 느닷없이 돼지야!” 라고 불러도 아무도 뒤를 돌아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놈이 돼지야!” 하고 부르면 두, 세명이 뒤를 돌아다 본다.

그때마다 그는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조만간에 다 돌아본다 이년들아!”

박강사놈 말이 맞다. 우리는 조만간 모두 돌아다 볼 것이다.

 

윙윙 소리에 어느날 눈을 떠보니 박강사가 전동휠체어에 앉아 조종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벽쪽으로 가지런히 4대가 더 놓여 있었다.

회사 경영진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거금을 투자하셨습니다. 미녀 뚱땡이들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일 날이 다가오자 너희들의 원활하고 신속한 체중증가를 위하여 구입을 결정하신 거죠. 물론 아이디어는 내가 제공했다 이 뚱땡이들아!”

존대와 반말을 섞어하는 그의 말투가 짜증스러웠지만 무거운 몸을 휠체어에 의존하니 내가 왜 불편한 직립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락했다. 우리는 더 이상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었다.

명색이 합숙소라고는 하나 이곳은 잠자는 방과 조리기구 하나 없는 식당 뿐이다.

미녀 코끼리들은 나란히 전동 휠체어에 앉아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락기의 조이스틱 같은 것만 움직이면 이동이 가능했는데 지퍼가 터진 문디 가시나는 운전이 서툴러 잔디밭으로 연결된 통로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3편에서 계속)

 

박창희 (누리원기획 대표)

 

박창희 칼럼니스트 약력

- 한양대학교 체육학과

-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석사

-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박사 과정 중()

- 인천건강관리협회 홍보강사

- 한국창의인재포럼 전임교수

- BBS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고정출연 (“건강합시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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