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니스트의 건강다이어트 관련 단편소설 “살돈시대”(3)
박창희 칼럼니스트의 건강다이어트 관련 단편소설 “살돈시대”(3)
  • 예체능저널
  • 승인 2018.11.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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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니스트
박창희 칼럼니스트

무대에 오르다

 

드디어 우리의 비대해진 몸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산처럼 덩치만 커졌다뿐이지 마음이 여린 혜진이는 아침이 되자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창피함 때문인지 간밤에는 치킨을 반 마리 밖에 먹지 못했다며 이를 악물기도 했다.

출발을 앞두고 우리 모두는 -bye“ 라는 제품명이 써있는 노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시각적 효과를 주는 단체복을 입은 후 우리는 뒤뚱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비포장도로에서 덩컹 댈 때마다 넘실대는 살들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문디 가시나는 자신의 브래지어를 조달해주지 않은 김실장을 욕하며 버스에 올랐는데 그 와중에도 과도하게 출렁이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킥킥 거렸다.

욕쟁이 박강사는 자신의 작품들과 동행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아무도 우리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 욕을 먹어도 좋으니 박강사가 던지듯 주던 음식들이 그리웠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두시간여를 달려 의정부를 지나 강북에 위치한 행사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보자 아이들이 달려와서 박강사가 늘 부르던 말로 우리를 반겼다.

돼지라고 부르는 얘들에게 문디 가시나는 저주를 퍼붓고 있었고 마음 여린 혜진이의 얼굴에서는 쉼없이 눈물이 흘렀다. 45일 전에도, 45일 후에도 우리들은 여전히 주목받는 존재였다.

 

노란 옷을 입은 펫-바이 모델들이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통조림 깡통을 비롯한 음식 등이 공중부양으로 우리에게 왔는데 저런 것들에게 왜 먹을걸 주냐며 누군가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를 구경한 사람들의 반응은 정확히 두 가지다. 같은 비만인이라는 것이 괴로운 듯 표독한 야유를 보내는 자들과 저 사람들도 인간이니 그러지 말라는 날씬한 자들의 자비와 안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무대 워킹을 지시한 사회자의 요구에 망설이며 서 있었다. 문디 가시나는 휠체어에서 떨어질 때 다친 발목의 붕대를 고쳐 매며 행진을 준비했으나 나머지 3명은 울고 서있다. 결국 은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회사 대표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돈과 육체를 바꾼 너희에겐 영혼이 없으니 눈물은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는 이를 악물었다. 치욕을 견뎌내고 박강사에게 돌아가기로 말이다. 우리가 무대를 돌자 비만한 자들의 워킹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달리 영혼을 소유한 회사 대표가 드디어 마이크를 잡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100kg에 육박하는 이 여성들을 2주 안에 WHR 0.7BMI 17이하,

즉 엉덩이 34인치에 허리 24인치, 체중 49kg으로 만들겠습니다.”

회사대표에게도 못 믿겠다는 듯이 야유가 쏟아지자 그는 이내 말을 바뀌었다.

아니 2주일이 아니라 열흘 만에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bye로 말입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다. 장내는 진정되었고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에 속아본 사람들은 한번 더 속아보자는 심산으로 대표의 말에 집중했다. 그 자리에서 개인 및 도매상들의 조건부 주문계약이 쇄도했다.

몇 백, 몇 천, 심지어 몇 억원의 조건부 구매 계약들이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만일 우리가 탄력있게 빛나는 49kg의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이 열흘 후에 펼쳐질 것이다.

 

살돈시대의 종말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다시 우리들은 밤길을 달려 합숙소로 돌아왔다. 배고픔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에게 박강사는 더 이상 야식을 주지 않았다. 몇 시간만에 모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오늘은 야식 없냐는 말에 박강사는 수퍼모델을 노려보았다. 그 이유를 너희들이 모르냐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혈당이 떨어져 눈이 뒤집힌 문디 가시나에게 박강사는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주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지금까지가 살을 찌워야 할 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살을 뺄 일만 남았다. 며칠 앞당겨 체중을 감량하고 보너스를 받기로 계약을 갱신한 우리들은 다급해졌다. 처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산속을 걷던 우리들은 불과 몇 분만에 초죽음이 되었다. 체지방율이 60%에 육박하는 우리의 몸은 골격근이 거의 없는 상태이니 간신히 구르는 지방 덩어리에 불과했다. 한달 반 동안 풍요를 경험한 우리의 몸은 기름지고 에너지 밀도 높은 음식을 간절히 요구했다. 근육이 없으니 열량이 낮은 음식도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기 힘들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무엇을 먹더라도 지방세포에서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고형화된 중성 지방으로 저장해 두고 있었다. 하루 두끼의 식사에도 우리의 살은 빠지지 않았고 배고픔은 극에 달했다. 며칠 후에 늘씬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되야 할 우리들은 조바심이 났다. 심약한 혜진이는 계약서를 들여다보며 우는 일이 잦아졌고 문디 가시나는 수시로 사탕을 찾았다.

 

또한 우리의 주위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날씬하게 만들어 데려가야 할 김실장이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체중 증가를 점검하던 회사 대표는 체중 감량 기간에는 전화 조차 없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우리에게 뭔가 소홀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박강사는 우리에게 펫-bye 조차 주지 않았다. 살을 빼야 하는데 왜 제품을 쌓아두고 주지않냐며 우리들은 박강사에게 거칠게 대들었다. 우리의 욕설에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데 욕도 웃음도 잊어버린 듯 했다.

 

산 속에 덩그러니 위치한 합숙소에는 우리와 박강사,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의문들만 남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그 의문들이 풀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날 인터넷을 들여다 보던 혜진이의 입에서 어머나 이게 뭐야?”라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다.

우르르 몰려들어 작은PC 화면을 들여다보던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비대한 몸으로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워킹하던 며칠 전 우리의 모습과 날씬해진 채 환호하며 워킹하는 우리의 모습이 동시에 인터넷을 타고 생중계 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는 아직도 충분히 뚱뚱한데 화면 속에서 감격스런 모습으로 웃고 있는 저 늘씬하고 이쁜 우리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할 말을 잊은 채 서로가 서로의 얼굴과 컴퓨터 화면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후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 앉는 이가 있었다.

혜진이는 모든 것을 눈치 챈 듯 울부짖었다. 우리가 속았다. 이 바보들아.. 흑흑.”

이 때 밖에서 우리의 행동을 문틈으로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박강사였다.

잠시 후 다리가 풀린 그 역시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화면속의 날씬한 우리들은 두달여 전 오디션에서 연기를 펼치던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왜 그토록 우리를 연기에 열중하게 했는지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뉴스에서는 여성 체험단을 모집한 후 마약 성분을 감량제라 속여 수백억원 어치를

팔고 불과 며칠 사이에 해외로 도망친 회사 대표와 김실장등의 얼굴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이들에게 속은 여성 5명과 다이어트 강사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자막이 화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우리들은 비명을 지르며 어두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최전방에 위치한 강원도 산골짜기는 공포에 질린 우리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우리는 박강사를 소리쳐 찾기 시작했으며 잠시 후 어둠속 공중에 매달려 있는

박강사의 모습이 은주의 눈에 들어왔다. 자살을 시도한 그를 우리들은 흐느끼며 끌어내렸다.

의식이 없는 그의 주머니에서 우리의 체중에 관여하고 받기로 한 1억짜리 계약서와

무수히 많은 카드 빛 독촉장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에 보고 싶다던 쌍둥이들에게 주려 했을까? 바닥에는 한 웅큼의 치킨 쿠폰이 뒹굴고 있었다.

 

끊임없이 음식을 주던 박강사는 죽어가고 있으며 우리만이 낯설고 외로운 곳에 남았다.

말할 수 없이 무섭고 비참한 공포가 몰려왔는데 이 와중에도 혈당이 떨어진 우리들은 배가 고팠다. 우리는 살이 돈 되는 시대를 포기하고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우리 다섯은 박강사를 버려둔 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합숙소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죽어가는 박강사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우리의 이름을 처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 -

 

 

 

마치며

허망한 다이어트 상품, 또는 제품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많은 여성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시중의 많은 다이어트 제품들은 효과가 없고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진정한 비만 개선은 불가능 합니다.

 

박창희 (누리원기획 대표)

 

박창희 칼럼니스트 약력

- 한양대학교 체육학과

-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석사

-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박사 과정 중()

- 인천건강관리협회 홍보강사

- 한국창의인재포럼 전임교수

- BBS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고정출연 (“건강합시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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